2017/02/17 17:52

당신이 있어 내 인생에 불행은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느리게 걷는 일




계절이 바뀌려는 낌새가 보인다. 카페에 앉아 밀린 공부를 하는 데, 쏟아지는 햇빛이 난데 없이 따뜻해 창 밖을 내다본다. 봄이 머지않은 것이다. 








석사과정생의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다. 어리지도 나이들지도 않은 나이,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까지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호위호식하며 학문이라는 사치를 누리는 중이다.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앞서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철부지에 지나지 않는가보다. 마지막 등록금 고지서를 캡쳐해 아빠에게 발렌타인데이 선물이라며 보냈다. 철 없는 딸에게 '반만 내게 해줘서 고마워-♡'라고 답장하는 우리 아빠.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 평생의 꿈이자 숙제다. 


가에 내려가면 밤마다 아빠의 등을 눌러준다. 당신께서는 거실에 앉아있는 내게 '이제 자야지~'라고 눈치를 주고선 안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기다린다. 못이기는 척 들어가 안마를 해주면 아빠는 조용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서운한 이야기, 동생에게 남몰래 궁금해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새근새근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조용히 음악을 끄고 나온다. 거실에서 프랜즈-팝을 하던 엄마는 아빠가 다 큰 딸을 부려먹는다며 재미있어한다. 








서로 사랑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란 것이, 단 한 번도 가정에서 권위적이지 않았던 아빠를 가진 것이 자랑이다. 어릴 적 부터 아빠가 만들어준 추억이 많기 때문인지, 나는 이 나이 먹고도 아빠와 어색함이 없다ㅡ 심지어는 스스럼없이 '뽀뽀'도 한다. 엄마는 장난기 많고 넉살을 부릴 줄 알며, 때론 진지한 체 하는 내 성격이 아빠를 꼭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한 없이 좋아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다. 그런 말에 하나하나 기뻐하는 철없는 나는 큰 딸의 역할이 항상 어려운데, 일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당신은 좋은 아빠 역할에 능하다. 그 사실이 나는 항상 놀랍고 고맙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을 텐데.


최근 다리를 다쳐 난생 처음 반 깁스를 했다. 나이들어가는 아버지의 등이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고들 하던데, 다리를 절뚝거리는 딸을 장난삼아 업어주는 아빠의 등이 난 아직까지도 태평양 같다. 


당신이 있어 내 인생에 불행은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당신은 나를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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