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9 00:24

어쩌면 꿈처럼 당신과 마주보고 싶다 느리게 걷는 일


 



쟝 자끄 상뻬의 책을 처음 만난 곳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도서관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창 '무슨무슨 시범학교'가 유행했을 당시, 우리 학교는 독서 교육 시범학교라는 이름으로 딱딱하던 도서관을, 신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좌식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고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던 13살의 나는 온 종일을 그곳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그 때 우연히 손에 들린 책이 바로 장 자끄 쌍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





책의 내용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리뷰가 아니니까. 단지 당시의 나는 책의 주인공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있는 것 만으로 편안한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천천히 어른이 될 수 있기를. 학창시절 내내, 적어도 몇 십 차례를 읽었을 그 책을,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구매하게 되었다. 그 후, 아주 가끔ㅡ 내게 그런 사람이길 바라는 이에게 책을 빌려주곤 했다. 당신의 마음도 나와 같기를 깊이 바랐다.




시간은 부지런하게도 지나갔다. 당연스럽게도 어떤 관계는 흩어졌으며, 또 다른 관계는 끈끈해졌다. 그렇다고 매번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나 또한 단단해졌고. 지금은 스쳐 지났을 뿐인 모든 인연에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나를 씩씩하게 만들어준 건 내가 몰랐던 시간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그 감사함으로, 나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요즘의 다짐이다.




그러던 찰나, 장 자끄 상뻬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제목이 예뻐 글이 쓰고 싶어진 것. "마주보기". 한가로이 앉아, 테이블 하나 쯤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두 눈빛의 거리. 그렇게 몇 시간을 마주보아도 지겹지 않을 사람.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아홉시, 집 앞 카페에서 홍차라떼와 아이스티를 사이에 두고 앉은 사람과 나는 두 시간을 마주보았다. 어쩌면 툴툴거리기도 했고 손가락을 걸어 무언가를 약속하기도 했다. 밤이 늦어 넓은 카페에 당신과 나만 남게된 순간, "널 위해서 빌렸어"라며 너스레를 떨던 표정이 즐거웠다.





오래오래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마음도 나와 마주했으면 한다. 상뻬의 새 책이 내일 쯤 도착하면, 나의 그런 사람들에게 또 다시 빌려줄 것이다. 오래 전 어떤 이가 그랬었듯, 돌려받은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잘 보았다는 포스트 잇이 붙어있다면 더 행복할 것이다. 그래.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꿈처럼 당신과 마주보고 싶다. 








덧글

  • 2014/01/09 01: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9 09:4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1/09 01: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9 20:2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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